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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음악가, 작가. 책 『당신께』, 『마음이 하는 일』, 『익숙한 새벽 세 시』를 썼고 앨범 «지은», «3» 등을 냈다.
밥은 굶어도 절대 빼먹지 않는 영양제는 비타민B와 유산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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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를 여러 개 읽어보았었다. <아무튼, 술>-김혼비 작가, <아무튼, 달리기>- 김상민 작가, <아무튼, 노래>- 이슬아 작가. 아무튼 시리즈를 읽게 되면 좋은 점은 아무튼,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를 통해서 김혼비작가님의 <다정소감>과 이슬아 작가님의 <가녀장의 시대>, <부지런한 사랑>, <깨끗한 존경>이라는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라바북스를 가서 샀던 책 중 하나인 <아무튼, 영양제>는 표지의 디자인이 한 몫했다. 저 시루같이 생긴 댕댕이를 보고 안 살 수가 있는 가. 그전에 읽은 책들의 내용이 지식을 전달하거나 무거운 내용이어서 산뜻한 책을 고르다가 읽게 됐는데 뜻밖에 이득을 가진 느낌을 받았다.
와. 어떻게 책으로 사람이 육성으로 터질 수 있지. 진짜 개그감쩌는 작가님이시다. 정말 글맛이라는 게 있다는 걸 느낀 책이었다. 감명 깊다라기보단 분명 작가님과 비슷한 해프닝을 겪었었는데 (엄마가 살아계실 때 머리숱이 적은 것 때문에 혈압약은 꼬박꼬박 못 먹어도 맥주효모환 만큼은 기가 막히게 먹었다.) 작가님처럼 생각을 해봤었나 싶다. 저런 생각을 한다고? (Positive)
그리고 표지를 넘겨 처음으로 쓰인 글이 어이없다. (이것도 positive)
99만 건의 메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영양제는 사망 위험을 줄이거나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데 별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한편, 칼슘과 비타민D를 함께 섭취할 경우
뇌졸중 발병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
-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진,
2019년 미국 내과학회 발표 중에서
주구장창 영양제얘기를 할 작가님의 첫 문단이 이렇다. 진짜 맹랑하지 않은가.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기에 딱인 책. 이렇게 평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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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0
알고 있다. 적절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신선한 재료로 만든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환경, 충분한 휴식, 매일 15분 이상 햇빛을 쬐는 생활을 한다면 영양제 안 먹어도 된다는 것을. 하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에는 넓은 강이 있다. 그리고 나는 주로 이쪽 강가에 쭈그리고 있다 어떻게 안 될까...? 저 너머에 어떻게 좀 다다를 수 없을까?
P. 30
고대 그리스인에게 유일하게 콧방귀를 뀔 수 있는 고대 이집트인이 프로폴리스를 좋아했는데 심지어 미라를 만들 때 프로폴리스를 썼다고 한다. 이집트인이 미라를 만들 때 쓴 물질이다? 솔직히 진심이라고 봐야지.
P.46
영양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전 세계의 조상들이 좋아하던 나무뿌리나 풀뿌리를 캡슐이나 알약 안에 넣은 것'이 아닐까.


P. 52 - 53
한동안 그냥 행사를 자주 하는 유명한 제품을 사 먹었다. 알아서 잘 만들었겠지 뭐. 그러던 어느 날 그 제약회사 회장아들이 성범죄를 일으켰다는 뉴스를 보았다.
무슨 유산균 하나를 사 먹을 때도 이런 생각을 해야 하나. 바쁜 현대인이 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아득해서 거의 모든 시간 '잘 모르겠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쉬운 일 아닌가. 매출을 월 2만 원 정도 떨어뜨려주겠어...
P. 69
여행을 갈 때는 영양제를 어떻게 가져가냐는 질문을 들었다. 이렇게 기쁜 질문을 받다니, 나는 할 말이 너무 많고 흥분이 되어 헙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오타쿠답게 우선 콧등의 땀을 닦았다.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
P. 82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또 여에스더 선생님의 제품이 상단에 나왔고 이쯤 되니 경외심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인이 걷는 길 모퉁이마다 "한번 보고 가세요" 하며 웃고 계시는 선생님.
P. 89
바다를 건너 나의 리포조말 비타민C가 도착했다. 그냥 비타민C 보다 두 배 정도 비쌌는데 그 명목은 '비타민C 바깥에 인지질을 씌워서 몸이 그걸 세포라고 생각하게 해서 장을 통과하여 흡수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엄청난 위장 침투 미션이다. 마블의 영웅, 블랙 위도우 수준이다. '딱 봐. 나 인지질이잖아. 나 비타민C 아니잖아. 그러니까 내보내지 말고 흡수해.'
참으로 극적인 설정의 비타민이다. 이 정도 되어야 브루클린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나 보다.
P.96
리뷰는 어떤가. 나는 저 리뷰가 본사 내부에서 작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거주하는 어떤 46세 여성이 "꾸준히 먹고 있습니다."라고 적었을 것을 생각하면 그의 성실한 삶을 믿고 왠지 사고 싶어진다. 뭉클해진다. 건강한 삶을 향해 그와 같이 걷고 싶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한다. 내돈내산은 이제 완전히 광고인들의 단어가 되었구나.
P.100
활성산소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아도 그냥 살다 보면 생기는 것이다. 원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활성이라는 말도 멋지고 산소라는 말도 멋지니(<산소 같은 너>라는 노래도 있으니까) 처음에는 활성산소가 좋은 것인 줄 알았다.
P.101
내가 영양제의 정보를 얻기 위해 하버드 대학의 홈페이지에 들어갈 때는 대충 이런 기분일 때다.
'약간 기분이 나빠질 우려가 있지만 그래도 옳은 말을 하는, 남 눈치 안 보는 친구랑 말하고 싶어.'
P.115
책 행사가 있던 날, 함께한 작가가 "많이 피곤하시죠?" 하면서 가방에서 불쑥 레모나를 꺼냈다. 나는 몇 가지 포인트에서 소소하게 놀랐는데 첫째는 레모나가 아직 있다는 점(당연히 있다), 둘째는 그 레모나가 젊은이들에게(그 작가와 나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났다) 대중적이라는 점, 셋째는 온갖 비타민을 먹는 나에게 흔들림 없이 레모나를 건넨 어떤 투박한 다정함... .
P.137
즐.독(즐거운 독서) 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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